
내가 살고 있는 호주는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와 더불어 다양한 의료 인력을 필요로 하는 나라로, 특히 간호사(Registered Nurse, RN)는 호주 의료 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호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직업적 전문성과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많은 한국을 포함한 많은 유학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나 역시 호주 이민을 결정했을 때 이러한 이유로 간호 유학길에 올랐고, 지금은 n년차 간호사로 일하는 중이다. 이번 글에서는 호주 간호사의 연봉 수준과 급여 체계, 그리고 지역별 차이에 현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보겠다.
1. 주별 호주 간호사 시급
호주에서 간호사의 시급(pay rate)과 연봉은 근무하는 주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며, 각 주의 생활비나 수당 체계에 따라 조금씩 조정되는 편이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여 1년 단위로 시급이 오르는 편이며, 회사와 노조(union)의 협상을 거친다. 노조가 회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간호사들에게 설문조사를 받거나 미팅을 열어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한 뒤 회사에 전달하며 수많은 수정과 조정(negotiation)을 거쳐 시급이 오른다. 간호대학을 졸업해 바로 취업했을 때의 연차 (RN level 1, 1st increment)로 받을 수 있는 시급을 주별로 살펴보겠다.
퀸즐랜드 (QLD)
퀸즐랜드의 주 공립기관인 Queensland Health 에서는 명시한 2024년 시급은 퍼머넌트 풀타임/파트타임 기준 $41.7355이다. 캐주얼로 일하면 추가 수당이 붙어 $51.3347의 시급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브리즈번과 선샤인코스트, 골드코스트로 유명한 퀸즐랜드는 간호사 시급이 높은 주에 속하며 QLD Health의 자료로는 세전 2주 $3,171.90, 1년 $82,753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명시한다.
빅토리아 (VIC)
멜번이 있는 빅토리아주의 Australian Nursing and Midwifery Federation (ANMF)에서 발표한 시급은 퍼머넌트 풀타임/파트타임 기준 $34.2118이며 캐주얼로 일할 경우 125%의 로딩이 붙어 $42.7648의 시급을 받을 수 있다. 2 주급은 $2600.1이다. 빅토리아 주의 간호사 시급은 호주 내에서도 매우 낮은 편에 속했는데, 최근 union과 Victoria Health가 2027년 11월까지 간호사 임금을 28.4% 올리는 인상안에 동의했기에 2025년부터는 시급이 많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남호주 (SA)
애들레이드가 있는 주 South Australia의 SA Health에서 공시한 시급은 퍼머넌트 풀타임/파트타임 기준 $36.65이며 캐주얼은 $45.81의 시급을 받을 수 있다. 바로 옆 주인 빅토리아주의 시급 인상안에 영향을 받아 남호주의 간호사 시급도 오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여기까지 호주 몇 개 주들의 간호사 시급을 알아보았다. 다른 주의 시급이 궁금하다면 "000(주이름) registered nurse pay rate 2024"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시급을 알아보고 싶다면 nsw (혹은 nsw health) registered nurse pay rate 2024를 검색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모두 공립병원 기준이며 근무지 형태 (에이지드케어, 사립병원, GP Clinic 등)에 따라 시급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 주말, 야간 근무에 따른 추가 수당
위에서 살펴본 시급은 평일 오전 시프트를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장 기본 시급이며, 간호사는 교대근무를 하는 시프트워커 (shift worker)이기 때문에 오후, 야간,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근무를 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시급이 각각 다르다. 기본 시급의 몇 퍼센트를 수당(로딩)으로 받는지 역시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내가 근무하는 SA 주를 예시로 들어보자면
- 퍼머넌트 파트타임/풀타임 기본(오전) 시급: $36.65
- 오후 근무 (112.5%): $41.23
- 야간 근무 (120.5%): $44.16
- 토요일 근무 (150%): 54.98
- 일요일 근무 (175%): 64.14
- 공휴일 근무 (250%): 91.63 (이때 근무를 하지 않는 파트타임/풀타임 근무자의 경우 일을 나가지 않아도 기본시급을 받는다.)
- 캐주얼 기본(오전) 시급: $45.81
- 오후 근무 (137.5%): $50.39
- 야간 근무 (145.5%): $53.33
- 토요일/공휴일 근무 (175%): $64.14
- 일요일 근무 (200%): $73.3
퍼머넌트 파트타임/풀타임과 캐주얼 근무의 큰 차이점은 캐주얼이 시급이 높은 대신 병가(Sick leave)나 연가 (Annual leave) 등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없고, 고정된 시프트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프트가 갑자기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급이 높은 만큼 큰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근무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퍼머넌트 계약을 하는 편이다.
3. 연차에 따른 임금 인상
앞서 정리해본 모든 시급은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아무런 경력이 없는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장 저연차의 시급이며 이는 RN Level 1의 1st increment의 시급이다. 간호사의 경우 일정한 시간 이상을 근무하면 자동으로 시급이 오르는데, 보통 풀타임 근무 기준 1년을 일하면 시급이 오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오를 수 있는 범위는 1st increment에서 9th increment로 제한하며, SA Health의 2024년 기준 RN Level 1 9th increment의 퍼머넌트 풀타임/파트타임 시급은 $50.01이다. 여기에 앞서 적용한 것처럼 각종 수당을 적용하면 시급은 더욱 올라간다. 250%의 수당을 주는 공휴일에 근무할 경우 시급이 $125.02가 되는 것.
만약 공부를 더 해서 면접을 보고 승진을 하면 Clinical Nurse (CN)이나 부매니저인 ANUM, 병동 매니저인 NUM으로 Level이 올라가게 되며 당연히 시급은 더 올라간다.
여기까지 호주 간호사의 시급과 연봉을 살펴보았다. 중요한 점은 시급은 시급일 뿐, 주말이나 오후, 야간 근무에 따라 로딩이 붙으며 공휴일에는 무려 200% 혹은 250%의 시급을 받을 수 있다. 경력이나 전문 분야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기도 하며 전체적인 소득 수준은 높은 편이다. 회사원들처럼 개인적으로 연봉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매년 회사와 노조가 협상에 시급이 오르는 점도 특징이다. 이 글이 호주간호사 연봉을 한국어로 검색하면 평균 X만불이라는 모호한 정보에 답답했던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